어디에서나/책 읽기

40대 임신과 출산 - '늦은 임신, 더 행복한 아기'를 읽고

사에12 2025. 1. 29. 15:28

요즘은 아기를 늦게 갖는 경우가 많아서 노산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정의가 있을 것이다. 
난 한국나이 40세 (만 39세)에 임신을 하였고 41세에 출산을 할 예정인데, 나보다 더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시게 된 엄마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이 임신이 빠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책 제목의 번역도 나처럼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잘 된 것 같았다. 책의 원래 제목은 ‘Right time baby: The Complete Guide to Later Motherhood’이다. 이를 해석해 보면, 아이를 늦게 갖는 것 또한 충분히 옳은 선택이며,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시기가 따로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책이 출간된 때는 2012년이고 지금은 절판된 상황인데 10년도 더 전의 일이니 아마 노산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더 컸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나이 든 여자는 가치가 없어!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잘 설명하고 있는데 많은 여자들이 임신을 늦게 하게 된 이유는 아이를 함께 가질 남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남자들은 아이를 함께 가질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성숙한 남자를 만났을 때 나는 이미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일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늦은 임신에 대한 여러가지 장점에 대해 열거한다. 단 한 번도 늦은 임신에 대한 장점을 그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이 35세 이후의 임신에 대해 얘기해 주는 것은 대부분 ‘임신이 안 될 것이다’ 내지는 ‘되더라도 기형아 출산 확률이 높다’ 아니면 ‘자연분만이 어렵다’ 등등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20대 때부터 많이 들어왔고 내가 20대였던 2000년대에는 서른 살이 넘은 여자는 가치가 없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누가 뭐랬나? 왜 가만히 있는 나한테 그랬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여전히 나는 결혼생각 아이생각 전혀 없이 30대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 너 곧 노산이다 점점 어려워진다는 둥의 여러가지 조언을 들었다. 당장은 아이 생각이 없지만 나중에는 가지고 싶을 수도 있을 거라면서 난자를 얼리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아기를 늦게 가져도 괜찮다

이 책에서 언급한 늦은 임신의 장점을 요약하자면 더 늦게 아기를 가진 엄마가 더 성숙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할 수 있으며 아이양육을 위한 재정상태가 여유롭다는 것이다. 음… 내가 정말 그런지는 다 동의할 수 없지만 나의 20대에 비교한다면 맞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령 임신에 대한 우려 및 사회적 통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기간 동안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 임산부 건강검진의 종류, 회사나 주변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임신 사실을 알릴지 등 외에도 파트너가 임산부를 어떻게 배려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도 나와있어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제왕절개, 자연분만 외에도 유도분만, 흡입분만, 겸자 분만, 또한 경막 외 마취 (Epidural) 등 어떤 엄마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굳이 35세 이상의 임산부가 아닐지라도 임신과 출산, 회복에 대한 내용을 넓게 다루고 있어서 젊은 엄마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나이가 많으니 정신적으로 더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더 기반이 닦인 사람이면 좋겠는데 ‘늦은 임신, 더 행복한 아기’ 중에서 늦은 임신만 맞고 ‘더 행복한 아기’는 해당사항이 없을까봐 하루하루 무섭고 걱정이 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