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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세, 감정육아의 재발견 -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육아할 때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지?

사에12 2025. 1. 15. 14:54

아이를 가지고 나서 갖게 되는 무수한 걱정 중의 하나는 지금까지 오늘내일 하면서 철없이 살아온 내가 어떻게 한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을 강아지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 책임감이 무겁고 부담스러워서 캐나다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는 동안에도 절대 강아지를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하물며 인간아이는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란 말인가? 유년시절의 기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는 살면서 여기저기서 들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감정육아의 중요성, 임신부터 7세까지 아이의 감정기억, 마지막으로 훈육과 소통에 관해서 서술해 놓았다.

 

감정-육아의-재발견

 

1. 감정 육아의 중요성

아이가 태어난 이후 경험한 감정과 사람들이 보여준 태도와 행동들은 아이들의 감정에 설정되어 아이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향에 평생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대학교 때 교양수업으로 수강한 유아교육론에서 들은 프로이트의 발달이론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프로이트 또한 아동기의 다양한 단계를 통해서 아이의 성격과 행동이 형성되며 이 단계에서의 경험이 개인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또한 아이를 통해 엄마의 감정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벌써부터 양육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 대체 나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형성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2. 아이의 삶을 지배하는 감정기억

  • 임신과 출산 시 - 출산을 생각하면 참으로 눈앞이 캄캄하다. 애기 엄마 친구중의 한 명이 임신과 출산은 참으로 외로운 과정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당연히 애기아빠 및 의료진이 옆에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지만 결국은 나 혼자서 애기를 품다가 밀어내는 것이지 않는가? 여러 책에서 출산할 때에 벌어지는 호르몬 변화를 기술하면서 분만 후에 산모와 아기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모성애가 뿜뿜 흘러넘치게 된다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되지가 않는다. 아이가 배에 있는 것은 초음파를 통해서 알고 있지만 때때로 내가 그냥 뚱뚱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출산시 호르몬 변화에 대한 부분은 예전에 읽었던 막스 니우도르프의 ‘호르몬은 나를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자세히 기술이 되어 있어 추천한다. 이 책은 일생동안 호르몬이 인간에게 신체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결론적으로는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과정이 중요하며 제왕절개나 무통분만 등을 통한 약물투여는 자연스러운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뭐, 그렇지만 임신도 그러한데 하물며 출산이 그렇게 마음대로 계획한 데로 진행이 되겠는가? 이론적으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알아둬야겠다 싶다.

이 책도 추천함

 

  • 18개월까지 - 유전자와 교육 중 후천적인 교육이 더 크게 영향을 준다고 간략하게 두 페이지 정도에 걸쳐 써져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챕터에서는 아이에게 적절히 반응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본인의 감정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기는 무력하고 어른을 조종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하는데 다른 육아서적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하루종일 울고 짜증 내는 아기를 돌보다 보면 ‘애기가 나를 부려먹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나도 그럴지는 곧 알게 되겠지만…
  • 7세까지 - 놀이기억과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또한 아이가 부모에게 감정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한다.

3. 훈육과 소통

오은영 선생님이 항상 얘기하시는 것처럼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수치심을 안겨주어 아이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는 있지만 아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평가함으로 인해서 자아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믿어주고 들어주고 부모의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히 얘기함으로써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기술법’을 통해 수치심을 주지 않고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이 기술법은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도 유용한 기술법이라고 들었다. 쉽지 않아서 그렇지.


 

이 책의 저자인 로빈 그릴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및 감정적 지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사람인데 'Inner child journeys'라는 내면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탐구하는 책도 집필했다 (우리나라에는 이 책은 안 나온 모양이지만 국내에도 다른 저자들의 내면아이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는 것 같다).

Inner-child-journeys

 

임신 중인 나에게는 Inner child journeys라는 책이 감정육아의 재발견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애기가 뱃속에 있기 때문에 책 속의 내용들이 전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굉장히 방대할만한 내용을 책에서는 몇 페이지씩만 할애해서 간단하게 써놓았는데 실제 임신과 출산, 육아는 수십 배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독자가 육아 등에 더 궁금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도록 소개하는 책으로써는 좋은 것 같지만 애가 태어난 이후 현실에 내가 잘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