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아기낳기

임신 중기에 할 수 있는 것들 ②: 출산교실 참석

사에12 2025. 3. 28. 13:48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임신 초기에 비해 안정을 찾게 되면서 '아 내가 진짜 임신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연했던 임신이 점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임신 초기에는 ‘정말 배 속에 아기가 있긴 한 걸까?’ 싶었다면, 중기에는 눈에 띄게 배가 나오고 태동이 시작되며 입체 초음파를 찍을 수 있는 시기라 점점 실감이 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차가 크겠지만, 내 경우에는 임신을 부정한 건 아니어도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임신 초기때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동영상이 뜨면 화들짝 놀라면서 '관심 없음'을 누르고 외면하려고 했었는데 중기에 접어드니 이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멀게만 느껴졌지만 그래도 출산을 언젠가는 할테니 출산 시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만 과정은 어떤지, 신생아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등 궁금한 점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제공하는 출산교실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출산 교실 참여 후기 

내가 참석한 출산교실은 4주 과정으로, 주 1회 진행되었서 총 네 번이었다.

출산교실의 가장 큰 장점은 분만과 신생아 돌봄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출산과 육아에 관한 내용이 얼마나 방대하고 개개인에 따라 다른 문제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이런 개기를 통해서 중요개념을 대충이라도 익힐 수 있고 출산교실에서 배운 새로운 기초 지식을 토대로 추가로 궁금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주 차 - 태교 캘리그래피 도어벨 만들기

태교-캘리그라피-도어벨-만들기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랫만이라 재미있었다

 

첫 시간에는 태교의 일환으로 캘리그래피를 연습해 도어벨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도어벨에 적어보는 시간이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기분이 묘했다. 아직 얼굴도 모르고 통성명도 안 한 모르는 아기에게 어떤 말을 쓰면 좋을까? 나는 미리 준비된 문구를 따라 썼는데, 시간이 한정적이라 직접 문구를 구상하기보다는 기존 도안을 활용하는 게 더 나아 보여서 원래의 도안을 따라서 연습하고 도어벨에 옮겨 적었다. 
저렇게 떡하니 쓰는 것이 살짝 오글거리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아기를 건강하게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사랑하는 애기야, 건강하게 만나자!

2주차 – 분만 호흡법 & 출산 과정 설명

아무래도 산부인과에서 진행하는 출산교실이다 보니 해당 산부인과에서 어떠한 케어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병원의 가족 분만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캥거루 케어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무통분만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솔직히 분만 시에 생각이 날지 잘 모르겠지만 자연 분만을 하게 될 경우의 분만호흡법은 다음과 같다.

진진통 시작 (~3cm 개대) → 코로 3초 들이쉬고 3초 내쉬기
진행기 (3~8cm 개대) → 빠르고 얕게, 들숨과 날숨 길이 같게 (1.5초씩)
완전 개대 (10cm) → ‘히-히-히-후’ 호흡
출산 직전 힘주는 방법

  • 다리를 벌리고 무릎 뒤에 손을 걸쳐 가슴을 당기기
  • 시선은 배꼽을 향하기
  • 10초간 힘을 주고 후! 하고 내쉬기 (애기아빠가 10초 세어줘야 함)

힘주는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강의해 주신 선생님께서 직접 보여주시기까지 했는데 정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심란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아기 아빠가 잘 도와줄 수 있을까? 

그리고 출산의 전조증상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 맑은 물이 질로 흘러나올 때
  • 생리 양 이상 출혈이 있을 때
  • 태동이 사라졌을 때
  • 진통 간격이 3-5분 사이일 때 (초산모와 경산모 차이 있으며, 당연히 너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함)
  • 양수가 터지면 48~72시간 이내로 분만해야 함 (이라고 하는데 48~72시간?? 그렇게 오래??) 

마지막으로 실제로 산모가 출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자꾸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실제로는 굉장히 조그마한 아이겠지만 엄마의 몸에서 아기가 턱 하고 나오는데 얼마나 커보이던지.. 경외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내가 출산을 해야 한다니 믿을 수 없을 뿐...

임신하고 난 후에는 참 여러 가지 상황에서 눈물이 자꾸 터지는데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분만법-출산법-강의
분만법, 호흡법 강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주 차 – 모유수유 

출산교실을 진행하는 산부인과는 산후조리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산후조리원의 모유수유센터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께서 강의를 진행해 주셨다. 모유수유를 할 때는 임신했을 때처럼 아무거나 먹으면 좋지 않고 다음의 음식을 먹는 것이 권장된다. 그래서 임신 기간 때 가능하다면 생각나는 음식 다 먹고 즐기라고 하나보다. 

 

  •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 하루에 2리터가량 섭취 (찬물은 피하기)
  • 고지방, 고칼로리, 인스턴트, 밀가루 음식 가급적 줄이기
  • 유제품 2잔 이내로 제한
  • 혈액순환에 좋은 담백한 식단 유지
  • 과일은 하루 동안 손바닥 하나 정도의 양으로 제한

젖몸살이 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아기가 나온다고 젖이 막 핑핑 도는 것이 아니다. 

  • 유방 울혈: 출산 2~3일 후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단단해지는 현상
  • 울혈이 심할 때는 냉찜질 15~20분
  • 2~3시간 간격으로 유축이나 수유 반복
  • 수유 초기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시기에는 한쪽당 5분씩 수유
  • 젖이 잘 나온다면 한쪽당 15분씩 양쪽 모두 수유
  • 아기가 젖을 충분히 먹지 못했다면, 수유 직후 유축기를 이용해 남은 젖을 짜내야 함

어떤 엄마들은 출산보다 젖몸살로 더 심한 고생을 했다고 해서 모유수유도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4주 차 – 신생아 돌보기

마지막 주차에서는 신생아 돌보는 법을 배웠다. 단 한 시간의 수업으로 신생아 케어에 대한 내용이 커버가 되겠느냐마는, 한 번이라도 들어두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신생아에게서 흔하게 보이는 피부질환이라든가 목욕시키는 법, 트림시키는 법 등에 대한 내용을 가볍게 훑고 지나갔는데 솔직히 정말 기가 빨려서 기절할 것 같았다. 아님 그 당시에 당이 떨어졌던 걸까?


 

출산교실에서 다룬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최소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감을 잡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주차가 진행될수록 몸은 더 무거워지고 피로도 쉽게 느껴졌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와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갔던 한 달이었다.

출산교실 외에도 같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산전 요가도 함께 참석했다. 솔직히 배가 나와서 똑바로 눕는 것도 어렵고,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사실상 숨쉬기 운동 같아서 이게 도움이 되긴 되는 것인가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숨쉬기 운동 이상의 활동은 어차피 나에게 무리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출산교실과 산전 요가의 가장 큰 장점은 게을러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서 뭐가 됐든 참석하게 하는 루틴을 만들어줬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가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다른 산모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같이 참석해 보려고 아기 아빠와 함께할 수 있는 출산교실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한국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고, 있더라도 비용이 훨씬 비쌌다. 대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무료 출산교실이 많았는데, 대부분 추가 클래스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유튜브나 뉴스레터 등 무료로 제공되는 자료 중에도 유용한 정보가 많았고, 이를 다음 포스팅에서 정리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