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아기낳기

나름 임신기간 중 제일 컨디션이 좋다는 임신 중기 (13주~28주) 의 증상

사에12 2025. 3. 25. 01:27

임신 중기는 나름 안정기라고 불리며 임신전체 기간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기간이라고 한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확률도 높고 급작스러운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인해서 불안정할 수 있는데, 몸과 마음이 한층 편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임신이 처음인지라 이 시기가 진짜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배가 너무 많이 나오고 몸이 무거워서 살 수가 없는데, 몸이 무겁다고 징징대면 이미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직 시작도 안되었다' 며 겁을 주었다. 대체 얼마나 더 살이 찌고 배가 부르고 몸이 무거워지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데로 임신 초기보다 나아진 점도 있지만 또 새롭게 생기는 증상들도 있었다. 


임신 중기의 장점

  1. 마음의 안정을 찾음
    NIPT, NT Scan 등 임신 초기에 행해지는 중요한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면 아기가 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대략 임신 20주경에는 정밀 초음파를 하는데 정밀 초음파 후에는 정말 한시름 놓게 되는 것 같다. 임신 중기 쯤 되면 초음파를 통해서, NIPT를 했다면 임신 11-13주쯤에 아기의 성별도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다. 
  2. 여행 계획이 가능해짐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면 태교여행을 떠나는 아기 엄마아빠들도 많은 것 같다. 
    나는 보통 겨울에 한국을 다녀오곤 하는데 크리스마스, 연초 등에는 업무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더뎌지고 팀 사람들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아기가 여름에 찾아와줘서 연말에는 딱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비행기 장거리 여행도 계획하는 것이 가능했다. 
  3. 초기 증상의 완화
    울렁거림 등의 초기증상들은 확실히 완화되는 기분이었다. 임신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항상 간식을 싸들고 다니면서 어지러우면 갑자기 주저앉아서 바나나를 까먹거나 과자를 뜯어먹었는데 임신 중기에 접어드니 그 정도로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식욕은 훨씬 늘어나고 몸무게는 부지런히 증가하였으며,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증상은 계속되었다. 
  4. 치과치료, 국소마취 등 가능 (당연히 의사가 된다고 할 때)
    임신 초기 3개월 때는 태아의 신체기관이 만들어지는 시기라서 치과치료는 피해야 한다고 하는데 임신 4~6개월 경에는 충치치료나 스케일링 등의 치과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다.
    번외 - 캐나다에서의 치과 치료
    한국에 가기 한 달 전쯤에 예전에 씌웠던 크라운이 빠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는데 한국에 가서 치료하기를 기다리기에는 크라운이 너무나 반복적으로 계속 빠지는 것이었다. 캐나다 치과는 당연히 너무나 비싸고... 있는 크라운을 다시 붙이는 데에만 보험 적용 후에도 25만 원 정도가 나왔고 여기서 새로 크라운을 해서 박아 넣으려면 100만 원은 더 든다고 하니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아무튼 다행히 임신 중기에 이미 접어든 상태라서 크라운을 다시 잘 씌울 수 있었다.

    임신 중기에 새로 생기는 여러가지 증상 중 나는 혈관종에 당첨이 되었다. 혈관종이라는 게 있는 지도 몰랐고 한국에 가서 피부과에 가서 물어본 후에 알게 된 것인데 영어로는 Vascular tumer 또는 Pregnancy tumer라고 불린다고 한다. 임신하고 혈류량이 증가하고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들이 웬만하면 수술을 안 해주려고 하고 출산 후에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하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크기가 점점 커지고 건드릴 때마다 아프고 불편해서 결국 국소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는데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수술을 받고 나니 훨씬 낫긴 하다. 

임신중-혈관종
수술 후 사진이지만 혈관종은 대충 저렇게 생겼다

 

임신 중기에 생겼던 새로운 증상들

  1. 운동능력저하
    이미 운동능력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고 컨디션은 바닥이어서 더 나빠질까 싶었는데 점점 더 안좋아졌다. 평소에는 걸어 다니기에 전혀 아무 문제 되지 않았던 거리를 걷는 것이 하루하루 힘들어졌다. 10킬로 미터 정도 걸은 날은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뭐 5초 이내로 좋아지긴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쥐 난 종아리를 마사지하면서 베개를 쥐어뜯곤 했다. 수영도 예전에 하던 거리의 60%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2. 피부 변화 
    참 여러가지 방면으로 피부 곳곳에서 변화가 생겼다. 다행히 얼굴 트러블 등에 당첨되지는 않았는데 다른 여러 가지 피부 관련 증상들이 생겼다.
    첫 번째로 아까 언급했던 혈관종이 생겼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많은 임산부들이 혈관종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는데 출산 후에는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출산 후에는 완전히 없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두 번째로 목과 겨드랑이 등에 평생 없었던 쥐젖들이 대롱대롱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특히 목에 많이 생겼다. 이것 또한 호르몬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겨드랑이 색소침착 및 튼살발생을 변화로 들 수 있겠다... 살이 트지 않는 축복받은 분들도 많다고 하지만 나는 임신 중기부터 살이 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허벅지에 생긴 튼살이 마흔이 된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데 남은 인생 이렇게 덕지덕지 튼살이 여기저기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아주 조금 우울하긴 하다. 
    살도 많이 찌고 여기저기 쥐젖도 달리고 기미도 생기고 튼살도 생기고... 예쁜 아기를 만나기 위해 겪는 여러가지 피부 변화들이다. 
  3. 코 건조함, 코피남 
    살면서 코피난적도 없고 비염도 없었는데 코가 자주 막히고 한 번씩 코피가 났다. 
    코피가 콸콸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코를 흥 풀면 피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느낀 게 이런 증상이 있은들 예전에는 이게 임신을 해서 그런 건지 그냥 내가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었을 텐데 요즘은 대충 검색을 해보면서 다른 임산부들이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어서 좋다. 
  4. 귀 먹먹함
    이 증상또한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다른 임산부들도 가지고 있는 증상이었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면서 내 목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 주변 소리는 들리지 않는 증상이 발생했다. 먹고 사는 데에 영향을 주는 증상은 아니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는 증상이었다. 
  5. 다리와 손의 붓기 
    임신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몸의 붓기가 점점 심해진다고 한다. 몸이 붓는 것은 임신 중기부터 시작되었다. 밤에 많이 먹고 자서 많이 붓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일러스트를 보며 임신한 내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임신 중기는 분명 초기보다 나아진 부분이 많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찾아오곤 한다. 사람의 몸은 정말 신비하다... 나의 몸이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다니. 내 몸 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니. 매일매일 신기하면서도 걱정되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임신기간 동안의 심리는 참으로 복잡스럽다. 

태동은 임신 20주 정도부터 느껴진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안느껴졌다. 그래서 한 번씩 애가 아직도 뱃속에 있긴 있는 건가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태동의 감지는 어차피 개인차가 크다고 했다. 또한 초산 엄마의 경우 태동이 있었는데도 그게 태동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더 기다려봐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