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싱글로서의 고민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은 항상 끝이 없었던 것 같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30대 초반에 캐나다로 유학을 왔고, 가족이 없는 외국인인 나의 삶에 대해 아무도 코멘트 다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고민은 계속되었다.
싱글의 삶을 잘 즐기고 있다가도 주변에서 누가 결혼을 했다거나 아기를 가졌다는 얘기를 들으면'나도 언젠가는 해야하나?','계속 이렇게 혼자 살아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하게 되곤 했다. 사실 결혼은 타임라인이 없지만 출산은 언제까지고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마흔이 되는 나로서는 아기를 언젠가 가지긴 가져야 할 것인지, 내가 아기를 낳고 싶긴 할 것인지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막연한 생각의 빈도는 3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2024년에는 더더욱 잦아졌다.
대부분 주변 지인들 또는 미디어의 영향 때문인듯 했다. 예를 들면, 몇몇 30대 중후반의 주변 친구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겪었던/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해 주었을 때, 그 대화를 어떻게 엿듣고 나서 또 어떻게 유튜브가 난자동결동영상을 띄워주면 한 번씩 아기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 반복적으로 비슷한 정보를 간헐적으로라도 접하게 되다 보니 나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장 임신을 하고 싶지는 않고 지금의 삶을 즐기고 싶다는 모순적인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또한 성공한 여성들을 보면 그들이 자녀가 있는지 가족이 있는지를 찾아보면서 '가족이 없어도 이렇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구나!' 내지는 '우와 자녀가 이렇게 있는데도 커리어적인 성공을 이루어냈네' 같은 생각을 했다. 3년정도 만난 현지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결혼이나 자녀계획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은 없었고, 혼자만의 삶이 자유롭고 좋아서 당장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혹시 벌써 폐경인걸까?
그러던 중 생리주기가 칼 같은 나에게 생리가 찾아오지 않았다.
생리예정일 아침부터 계속 거의 매일 일어나자마자 속옷을 벗고 확인을 했는데 계속 생리를 하지 않는 거다.
임신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고 조기폐경이 온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캐나다는 병원에 가는 것도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는 것도 너무나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좀 짜증이 났다. 주말 아침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충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이었다.
검색을 하다보니 지금 나의 증상이 임신 증상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테스터를 했는데 두 줄이 떴다. 두 번째 테스터를 또 했는데 또 두 줄이었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어서 테스터를 하나 더 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국은 새벽이어서 엄마 아빠는 연락이 안 되고 엉엉 울면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다가 다행히도 결국 엄마와 통화가 되어서 엄마에게도 꺼이꺼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남자친구가 있지만 내 가족도 없고 비빌 언덕이 없는 타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임신 사실을 알게 돼서 막막했고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의사는 대체 언제 만나서 확인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잘 된 일이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에게 와준 이 아기를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 결혼한 커플과는 달리 향후 남자친구와의 삶의 방향을 의논해봐야 한다는 것 등의 고민이 있을 뿐이다.
이 일을 통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인생은 자신의 생각과는 정말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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